분류 전체보기134 여름버튼, 하루키 책을 읽던 순간과 계절을 저장한다. 하루키의 소설엔 그런 힘이 있다. 그의 에세이도 매력 있지만 그런 힘은 없다. 그의 소설은 좋은 작품인지와 상관없이 항상 몰입도가 넘친다. 이해가 되든 말든 며칠을 꽂혀 읽게 된다. 보통 이북으로 읽으니 두께도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저 출근하면 책 읽으러 퇴근하고 싶고, 주말이면 아침에 눈뜨자마자 보기 시작해 빈백에 누워 읽다 잠들고, 깨면 다시 읽는 식이다.그렇게 홀린 듯 읽다 보면 어느새 두꺼운 2, 3권의 소설은 끝나있고, 언제나 그렇듯 주제는 딱히 모르겠다. 느낌은 항상 비슷한데, 뭔가 축축한 안갯속을 걸어 나온 듯하다. 하지만 여운은 오래간다. 소설 속 벌어진 일들을 몽땅 지켜보기라도 한 것처럼 지치고 허무해진다. 술이 몹시 당기고 건강한 가정식이 먹고 싶어.. 2023. 5. 1. 연차 행복하게 보내기 또 회사생활에 위기가 왔다. 회사사람들도 보기 싫어지고 대화할 기력도 없고 앉아있으면 저절로 한숨만 나오는 시기. 이 권태기는 꽤나 자주 오는데, 일이 별로 안바쁠 때 찾아온다. 아마 내가 지금 하는 일에 매력을 전혀 못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바쁠 때는 시간도 금방 가고 어찌어찌 버텨지는데, 일이 없으면 '내가 왜 이런 재미도 의미도 없는 직장에 11시간 넘는 시간을 뺏기고 있어야 하나' 회의감이 심하게 든다. 동기나 동료들에게 말하면 '누군 안그런줄 아냐, 나도 힘들다. 하지만 배부른 소리다. 나가면 이런 직업 있는줄 아느냐. 제일 편한 직업이다.'라고 일갈하고, 듣던 동료들은 다 "맞아맞아. 그건그래!"하고 수긍하면 대화가 종료된다. 그럴수록 더 부아가 치민다. 쉬운 일이니까 그냥 붙어있으라고? 얼마.. 2023. 4. 26. 이동수단은 달리기가 최고(4.22.-4.23.) 4. 22. 토요일 일어나서 책 좀 읽다가 10시쯤 달리러 나왔다. 운동하자!하고 나가려면 죽도록 나가기 싫지만 어디를 가보자!하고 정하면 그냥 가게된다. 오늘의 목표는 마트. 평소 걸어갈땐 멀게 느껴졌는데 뛰어가니 15분밖에 안되는 거리여서 놀랐다.집에만 있을땐 절대 모를 날씨. 천변까지 나온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특혜랍니다.바람은 쌀쌀하고 햇빛은 따사로운 딱 오전 10시의 날씨. 사람도 없고 향기롭고 행복했다. 달릴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어디 멀리 갈 필요가 없다. 매일 다른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근처에 있다는게 참 감사한 일이다.마트에 가서 도시락통과 할인하는 시금치를 사서 한 팔에 끼고 슬슬 달려 돌아왔다. 두 다리로 돌아가야하니 장도 욕심껏 볼 수 없어 신중해진다. 아침에 운동을 가는 이.. 2023. 4. 26. 폭식에 대처하는 방법(감정식사) 금요일 이른 퇴근시간부터 입에 드릉드릉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빵이 먹고싶다. 갓구운 고소하고 향긋한 빵이.' 위험한 신호였다. 이번주는 운동도 많이 하고, 가끔 과식한 다음날은 도시락을 싸와서 관리한 알찬 주였는데 이렇게 무너질 수 없었다. 하지만 욕망은 계속해서 단전 깊은 곳부터 용암처럼 끓어오르고 있었고, 그리 오래 참은 것도 아닌데 빵과 과자에 대한 억압이 봉기로 터지기 직전이었다. 결국 양심과 저울질을 하다 호밀빵을 샀고, 저녁엔 내내 먹고싶던 크림치즈 불닭볶음면에 구운 만두를 먹었다. 사실 여기까진 괜찮았다. '클린한 식단으로 관리했으니 일주일 중 몇번은 이렇게 먹고싶은거 먹고 운동하면 된다.' 라고 머릿속에선 충분히 설득하고 있었지만 죄책감은 계속 밀려왔다. '이렇게 한끼 먹고 죄책감 들.. 2023. 4. 24. 이전 1 2 3 4 5 ···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