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4 애주가의 결심 - 은모든 도서관 서가에서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첫인상은 '작가 이름이 어쩌면 은모든일까?'였다. 고등학교 때 줄곧 친구들에게 했던 말이 있다. "얼짱이 되려면 이름도 중요해. 이름도 특이하고 신비스러워야 주목을 받는다고." 그 이론이 다시금 생각났다. 소설가도 이름이 중요하다. 물론 기본으로 글이 받쳐준다는 가정하에. '은모든' 뭔가 소설가스러운 이름이다. 제목 또한 취향에 들어맞는 구석이 있었다. 술이 나오는 글은 거부할 수 없다. 스스로 애주가라는 타이틀은 받아들이기 싫지만 부쩍 혼술의 맛을 알아가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술을 마시며 술이 등장하는 글을 읽는 것만큼 좋은 안주는 없다. 소설 표지의 한 줄 소개처럼 이 소설은 '고독한 청춘에게 바치는 달콤 쌉싸름한 한 잔의 위로'이다. 달콤 쌉싸름은 술이랑.. 2022. 8. 21. 빠졌다 하루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시작으로 하루키에 빠져버렸다. '왜 이제야 읽게 됐지?'와 '이 많은 소설들을 다 처음 보는 뇌라 행복하다.'는 마음이 동시에 든다. 하루키의 에세이까지 죄다 빌려 독파중인데, 역시 하루키는 소설인 것 같다. 본인이 밝혔듯이. 일단은 엄청난 흡입력으로, 빨리 퇴근해서 책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든 건 처음이다. 그리고 다 읽고나면 교훈같은 건 한치도 없고, 웬지 허무하고 붕 뜨고 인생이 뭐든 맥주나 들이키고 싶어진다. 이래서 허무주의의 극치라고 하는건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을 땐 오히려 허무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거기선 축축한 느낌의 우울함이 느껴진다. 반면 하루키의 소설은 늘 겨울같고, 뭔가 잿빛의 바삭한 느낌이 든다. 그 기분에 빠져있는 게 좋다. 너무. .. 2022. 6. 29. 서울국제도서전(혼술로 끝나는) 미친듯 바쁜 한달이 끝나고 연차를 내 4일의 휴일이 주어졌다. 첫 이틀은 바쁠 때마다 간절히 하고싶던 집에서 커피마시며 독서하고 산책하기를 해결했고, 셋째날인 일요일 느지막히 일어나니 문득 심심해졌다. 누군가 알려준 서울국제도서전, 3년만에 첫 오프라인 개최라고 했다.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처음 접하는 행사는 늘 즐 거우니까 가보기로 했다. 늦게 일어나 빵에 커피타임까지 가진차라 이미 출발시각은 3시가 다돼서였다. 마감시간 직전인데도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이게 많이 빠진 거였다.) 항상 처음 접하는 새로운 공간에 혼자 들어갔을 때 그 느낌이 너무 좋다. 가본적 없던 고도의 산소를 들이켠 기분. 아무래도 구경은 독립출판 쪽이 재밌었고, 출간 전 선공개라던가 하는 게 도서전의 취지에 맞아 보였다. 짐.. 2022. 6. 12. 혼술_흡수의 시간 혼자 저녁을 만들어 먹는 날이 부쩍 늘었다. 건강에 다시 관심을 갖고 난 후 재료를 고르는 것부터 다듬어 입에 넣기까지 모든 과정이 즐거워졌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제 주문한 생 연어가 온다는 사실에 출근길부터 설렜다. 스트레스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서 귀에서 김이 나오려고 할 무렵 연어가 도착했다는 문자는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다. 최상의 저녁식사 컨디션을 위해 선선한 공기를 애피타이저 삼아 집까지 걸어서 왔다. 도착하자마자 재료손질에 돌입하는데 이제부터 식사의 시작이다. 이때 조미와 가공은 최소한으로 한다. 신선한 야채와 연어, 문어, 소라를 씻기만 해서 가지런히 늘어놓고 아보카도 오일을 두어번 두른다. 얼핏 지중해식 같지만 옆에는 빠질 수 없는 생와사비와 초고추장도 한가득 담아놓는다. 화룡점정으로 .. 2020. 9.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