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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6

회사 안가는 날(브런치와 등산) 숙직을 하고 9시에 퇴근했다. 연차도 좋지만 이렇게 아침에 들어가는 것도 매력이 있다. 어두운 표정으로 출근하는 사람들 틈새로 밝은 햇살을 향해 탈출! 열심히 일해라 다들~!(단 하루지만) 회사 안이 칙칙해서인지 햇빛이 유난히도 반짝거린다.마트에 가려고 했으나 10시 오픈이라 허탕을 쳤다. 하지만 하나도 열받지 않는다. 모든게 아름답기 때문.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려고 멀리 돌아서 걸었다.바스라지는 햇살. 향기로운 이팝나무 향기. 9시 이후의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걸음의 속도가 다르다. 느긋하다. 오는 길에 샌드위치를 샀다. 숙직한 다음날 루틴이다.남자친구와 함께 느긋하고 행복하게 브런치를 즐긴다.휴일은 1분 1초도 허투루 쓸 수 없다. 특히 남들 일할 때 쉬는 날은 더더욱. 6시 전까지 최대한 .. 2023. 5. 3.
연차 행복하게 보내기 또 회사생활에 위기가 왔다. 회사사람들도 보기 싫어지고 대화할 기력도 없고 앉아있으면 저절로 한숨만 나오는 시기. 이 권태기는 꽤나 자주 오는데, 일이 별로 안바쁠 때 찾아온다. 아마 내가 지금 하는 일에 매력을 전혀 못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바쁠 때는 시간도 금방 가고 어찌어찌 버텨지는데, 일이 없으면 '내가 왜 이런 재미도 의미도 없는 직장에 11시간 넘는 시간을 뺏기고 있어야 하나' 회의감이 심하게 든다. 동기나 동료들에게 말하면 '누군 안그런줄 아냐, 나도 힘들다. 하지만 배부른 소리다. 나가면 이런 직업 있는줄 아느냐. 제일 편한 직업이다.'라고 일갈하고, 듣던 동료들은 다 "맞아맞아. 그건그래!"하고 수긍하면 대화가 종료된다. 그럴수록 더 부아가 치민다. 쉬운 일이니까 그냥 붙어있으라고? 얼마.. 2023. 4. 26.
이사, 동거 이사를 했다. 4년 동안 살던 익숙한 동네를 떠났다. 물론 멀지 않은 거리지만 생경한 동네로 오게 됐다. 집이 넓어졌고, 출퇴근 수단이 버스에서 지하철로 바뀌었고, 식구가 한 명 늘었다. 남자 친구와 같이 살게 되어 사람 둘에 고양이 하나가 되었다. 이 집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채광이다. 구축인 덕에 요즘 신축에선 볼 수 없는 속 시원한 큰 창에 바로 앞에 건물이 붙어있지도 않아 빛이 그대로 들어온다. 집을 구하러 다니며 확실히 느꼈다. 난 인프라, 환경보다 햇빛 가득한 하늘을 방해 없이 볼 수 있는 집이 우선이다. 물론 출근 때문에 이 채광을 볼 수 있는 것도 주 2회뿐이지만 말이다. 다행히 남자 친구와는 휴일 패턴이 어긋난다. 난 주말에 쉬고, 남자 친구는 주말에만 일한다. 휴일이 어긋나 이.. 2022. 12. 10.
심리상담_3회차 오늘은 정말이지 별일이 없었다. 이번 주 연차를 2일 냈기 때문에 몰아서 일하느라 감정을 느낄 새도 없었다. 동료와 칼국수까지 맛있게 먹고 상담소로 향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 하고 싶은 얘기가 있냐고 하셔서 딱히 없다고 하고 멋쩍게 웃었다. 1대 1 좁은 공간에서 눈을 마주 보는 건 왠지 힘들다. 별 중요하지 않은 얘기를 이것저것 하다가.. 누군가에게 서운하거나 화가 나면 그 사람과의 거리를 두고 관계를 서서히 안에서 손절한다는 얘기를 했다. 예전부터 감정적이 되는걸 굉장히 경계하고 두려워했다. 서운함이 느껴지면 아이 같은 내 모습이 견딜 수 없어 그냥 그 감정을 무시해버렸던 것 같다. 이건 서운할 일이 아니고,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내가 서운함을 느껴선 안된다는 내면의 암시를 많이 걸었다. .. 2022.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