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5 취향과 주관이 있는 사람 체지방 다이어트가 본의 아닌 '인간 다이어트'까지 되고 있다. 정확히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대하는 가면 다이어트랄까. 처음엔 살 빼고 있다고 사실 그대로를 얘기하는 것만으로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점심 도시락을 싸왔을 땐 약속이 있다고 둘러대고 사람들이 올라오기 전 얼른 먹어치운뒤 산책을 나갔다. 간식을 돌리는 직원에겐 다 먹은척 맛있었다고 동조하고, 어제 저녁 메뉴를 물으면 치킨이라던지 흔한 것 하나를 둘러대곤 했다. 그러다 인바디를 측정한 날, 한 직원이 1키로는 빠졌냐고 묻길래 약간 억울한 마음에 4키로 빠졌다고 말해버렸다. 그 직원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팀원 모두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ㅇㅇ씨 4키로나 뺐대요!!" 우리 팀원은 팀장님 빼고 다 여성이다. 여자들 사이에서 다이어트 성공이란 그게 .. 2023. 4. 22. 좋은 행동은 숨겨야 하는 사회 최근 다시 건강 바람이 불어 운동과 식단을 바짝 하고 있다. 운동은 내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지만, 내 맘만 가지곤 지키기 어려운 게 식단이다. '사회생활 하면서 식단을 지킨다?' 한숨이 절로 나올 만큼 힘든 고난의 길이다. 옆자리에서 끊임없이 권유하는 간식을 적당한 이유로 마다해야 하고, 그놈의 술 약속 제안은 아무리 거절해도 멈추질 않는다. 저녁 8시 이후로는 금식을 하는 게 나의 단 한 가지 원칙인데 저녁 약속을 잡아선 지키기 힘들다. 더군다나 술은 안 먹는 것보다 한잔만 먹는 게 어렵고, 일단 한잔 들어가고 나면 속이 끝도 없이 허해져 아귀처럼 음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술을 종종 먹던 시절 모임을 갖던 사람들은 내 거절의 속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핑계를 바꿔가며 둘러대도 다른 날짜를 들이댄다... 2023. 4. 9. 칭찬의 가스라이팅 가스라이팅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말이 되었다. 일상 농담에서도 툭하면 나오는 정도다. 보통 상대를 자신의 지배 하에 두려고 하는 상황을 말한다. 오늘은 좀 다른 가스라이팅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한다. 칭찬의 가스라이팅이다. 칭찬은 사람을 약하게 만든다. 경계심을 풀어 취하게 만들고 무방비로 만든다. 누군가가 자신의 험담을 했다면 그들에게 적개심을 품을지언정 의심으로 무장한 채 예리하고 강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칭찬은 그런 각오를 이내 무력하게 만든다. 나는 칭찬에 약하다. 내 좌우명은 '일희일비하지 말자.'인데 이것에서도 알 수 있듯, 난 타인에게 쉽게 영향받는다. 누군가 날 칭찬하면 앞에선 의연한 척 하지만 혼자가 되면 그 칭찬을 여러 번 곱씹는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 칭찬들은 대부분이 자신들.. 2023. 3. 25. 안읽씹의 망상 얼마 전 서류를 찾느라 휴직에 들어간 전임자에게 연락을 했다. 그녀는 막달의 임산부였다. 웬만해선 연락을 하지 않지만 급한 상황이라 카톡을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이 차가웠다. [글쎄요. 거기 없으면 없을 텐데요~] 원래 굉장히 따뜻한 스타일이었는데 뭔가 날이 서있는 듯 했다. 그때부터 가슴이 무거워졌다. '내가 너무 무례했나? 너무 다짜고짜 물었나?' 바쁜 와중에도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늘 반복되는 나의 걱정 루틴이다. 상대방은 별 반응 안보였는데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게 망상인걸 알면서도 맘이 편해지지 않는다. 마음을 얼른 털어내고자 괜찮다고 찾았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런데 이번엔 답장이 없었다. 몇 시간이 지나도 1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건 분명히 안읽씹이다. 뭔가 마음이 단단히 .. 2023. 2. 16.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