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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간만에 아빠 꿈을 꿨다. 당연히 악몽이었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소리를 지르며 깨어난 탓에 마지막 장면만 선명히 기억난다. 아빠는 엄마와 싸우던 중이었다. 나와 동생이었는지 나 혼자였는지 싸움을 말리던 나는 하필 그 순간 아빠를 저지하지 못했고, 아빠는 발로 엄마를 찼다. 엄마 턱에는 퍼렇게 멍이 들었다. 정말 크게. 그걸 본 순간 나는 격노에 휩싸였다. 분노가 아직까지 생생하게 느껴진다. 온몸의 세포가 덜덜 떨려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갑자기 손에 생겨난 칼로 아빠를 찔렀다. 수차례. 하지만 손에는 힘이 실리지 않고, 빈 스펀지를 찌르듯 공기 소리만 나고 피도 나지 않았다. 아빠는 다시 엄마에게 가려고 한다. 나는 계속해서 찌르지만 데미지는 가해지지 않는다. 답답함과 무력감에 미친듯 .. 2023. 5. 9.
기적같은 가정의 달 5.5.(금) 비 오는 어린이날빗소리에 눈을 뜬다. 주룩주룩 퍼붓는 비는 연휴 동안 계속된다. 집에 있으면 비 오는 것도 행운. 오늘도 민생을 살피는 고양이.3번째 노밀가루 빵을 만들어 본다. 이번엔 당근, 사과를 갈아서 시나몬가루까지 첨가. 향이 처음으로 좋았다.근데 왜 맛은 그대로일까. 아몬드가루 빵의 한계 같다. 계란빵 냄새와 식감~하지만 비 오는 날의 시나몬 향은 맡기만 해도 좋다. 큰 화덕에 빵을 구워 집안의 습기까지 말려버리고 싶다.다시 1q84 삼매경 중이다. 읽다가 허리 아프면 누워서 보다 잠들고, 일어나면 전 페이지부터 다시 읽고 반복.책 읽는 동안 곁을 지키는 고영이. 혼자 있는 걸 싫어한다.평일엔 식단관리를 한다.(회사에선 절제가 너무 잘된다. 식욕절제 커피절제 인간절제 모든 게) 간.. 2023. 5. 8.
회사 안가는 날(브런치와 등산) 숙직을 하고 9시에 퇴근했다. 연차도 좋지만 이렇게 아침에 들어가는 것도 매력이 있다. 어두운 표정으로 출근하는 사람들 틈새로 밝은 햇살을 향해 탈출! 열심히 일해라 다들~!(단 하루지만) 회사 안이 칙칙해서인지 햇빛이 유난히도 반짝거린다.마트에 가려고 했으나 10시 오픈이라 허탕을 쳤다. 하지만 하나도 열받지 않는다. 모든게 아름답기 때문.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려고 멀리 돌아서 걸었다.바스라지는 햇살. 향기로운 이팝나무 향기. 9시 이후의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걸음의 속도가 다르다. 느긋하다. 오는 길에 샌드위치를 샀다. 숙직한 다음날 루틴이다.남자친구와 함께 느긋하고 행복하게 브런치를 즐긴다.휴일은 1분 1초도 허투루 쓸 수 없다. 특히 남들 일할 때 쉬는 날은 더더욱. 6시 전까지 최대한 .. 2023. 5. 3.
이언 매큐언 - 견딜 수 없는 사랑 이건 한 마디로 굉장히 답답하고 짜증나는 소설이다. 읽을 때마다 가슴이 조여오고 답답했다. 그 불편함이 어디서 오나 했더니 진실이 뻔히 보이는데 헛다리를 짚고 고집을 피워대는 인물들 때문이었다. '도대체 왜 조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건지, 초반부터 패리가 미친사람인건 확실했는데 왜 경찰이든 애인이든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건지.' 이 답답함을 통해 느낀 결론은 이거다. 인간의 사고는 합리적이지 못하다. 같은 사건도 각자의 틀에 맞춰 왜곡해 기억한다. 그리고 그 믿음에 대한 집착은 인간을 파멸로 이끈다. 소설에선 '자기설득'과 '객관성'에 대한 언급이 계속된다. 객관성은 불운한 사회적 전략이라고 한다. 객관성을 유지한다면 사람들의 신뢰와 공감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우습게도 등장인물들은 다 본인이 객관적이.. 2023.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