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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원정대

'호모사피엔스:진화∞관계&미래?' 전시

by 일인분 2022. 1. 16.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와 독서 타임을 마치고도 시간이 여유롭길래 혹시나 하고 전시를 검색해봤다.
세상에 국립중앙과학관에서 호모사피엔스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대전에도 드디어 새로운 전시가,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주제로 열리다니!
계획형인간이 아닌 나는 이렇게 우연히 발견한 것들이 참 행복하다. 위치도 가까워서 준비하고 가는 데 한시간밖에 안걸렸다.

박물관 입장 입구에 아이들이 너무너무 바글거려서 긴장했는데, 사피엔스 전시 중인 전시관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모두 자연사 관에 몰린듯. 이것도 정말 기쁜일이었다.

입장부터 마음을 빼앗는 멘트들. 역시 현자는 다르다.
눈높이가 1M남짓 높아진 것 하나로 이렇게 많은 게 달라지다니.
커진 두뇌가, 직립보행으로 작아진 골반이 현재의 산후조리원을 만든 것이다.
얻은 것에 비해 잃은 게 참 많아 보인다. 그걸 감수해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거겠지만.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완독 못함) 이번에 그 보람을 느꼈다. 책에서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이 많이 나와 이해가 쉽고 지루하지 않았다.
인간에게 왜 '사회성'이 중요한지. 이 모든 것이 직립보행에서 비롯되었고 농업 혁명이라는 저주로 인해 확장되었다는 것.
전시엔 농업혁명에 관한 비중은 많지 않았지만.

우리를 현재 괴롭히는 '인간관계'는 모두 다 직립보행 때문인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발달한 특성이 우릴 괴롭히고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하고 웃기다.

영양상태 부실한 160만년 전 사람인데 나랑 눈높이가 같다.
구석기 어린왕자의 무덤이라고 불린다는데, 재물 죽어서 가져갈거 아니라고 하지만 이렇게 유명해질 수는 있다.
인간의 미적 창조 욕구라는 것이 참 신기하다. 그저 창던지개일 뿐인데 저렇게 예쁘게 조각하다니.
그냥 끄적인것 치고 힙한 느낌.
돌을 부딪혀 만든 건데 너무 정교하다. 모양 잘나온 날엔 희열이 엄청났을듯.
진화했는데 왜 우린 이모양이지?에 대한 대답. 진화의 방향은 더 나은 쪽이 아니라, 그저 오래 살아남는 것 뿐.

이 설명이 정말 인상깊었다. 내가 자주 허무함에 빠지는 이유가 이 생각 때문이었다.
주변에 있는 수많은 바보들, 인간의 적자생존 기준인 사회성마저 갖추지 못한 그들은 꼭 결혼을 빨리 해서 애도 많이 낳는다. 그럼 세상은 결국 바보들의 후손으로 가득 찰게 아닌가?
그때마다 남자친구는 말했다.
"세상엔 그런 바보들이 많은 게 더 유리할 수도 있어."
그게 진화론의 정체였던 것이다.

더 나은 사람이 살아 남는 게 아니다. 더 나은 쪽으로 세상은 가고 있지 않다.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에 인간의 가치 판단은 아무 필요가 없다.
그저 세상은 변화하고있고, 그 속에서 살아남으면 그들이 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게 바보든 뭐든간에.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니 억울한 마음도 없다. 너무 정 없어서 깔끔하게 포기가 된다.

그 시대의 미인상. 정말 한결같다.
마지막 관 너무 멋있었다.

물 위였던 땅에 거쳐갔던 수많은 생물들을 표현. 그위에 현재의 인류가 서있다.
고대 말과 원숭이. 뼈만 있는데도 귀엽다.

관심사가 맞아서 특히 즐거웠던 전시. 가격도 무료이다.(주차비가 3천원 나옴)
번잡하지도 않고, 구성 알차고, 설명 깔끔했던 군더더기 없는 전시였다.
5점 만점에 3.5점.

과학책은 흥미생길때 닥치는대로 읽어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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