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상경한 김에 전시회 두탕을 감행하기로 했다.
첫번째 전시를 예상보다 오래봤고, 쌀국수에 핸드폰을 빠트렸고, 굴하지 않고 식사를 마친 후 커피까지 마시고 넘어가느라 시간이 꽤 늦어졌다. 그래서 사람이 없을줄 알았는데..

웨이팅 접수를 했더니 60분 예상 대기시간이 나왔다. 지하로 더현대까지 통하길래 시골쥐는 구경을 감행한다.
지하에 맛집이 많다길래 밀가루를 끊은지 2일째지만 스콘이나 앙버터나 뭐좀 맛볼 생각이었다.
건방진 시도였다. 지하 2층에 도착하자마자 인파에 멀미가 나기 시작하고 무슨 카멜커피는 줄이 없길래 물어봤더니 2시간 반 후에 웨이팅 접수 가능하다고..
아무리 유명해도 줄서서 먹는건 싫은 나에게 서울의 맛집은 가혹하다.
줄 서는것도 아니고 인파 사이를 지나다니기만 했는데도 배가 꺼졌고, 그냥 지상으로 올라가서 햄버거나 때렸다.
웨이팅도 없었고 맛도 있었다. 무엇보다 날 받아줘 감사했다.


커피까지 때리니 90분 정도가 지나 있었고, 그때서야 입장 연락이 왔다. 이미 굉장히 지친 상태.





들어가자마자 리스펙하게 된 게, 1일 1작품을 하신다고 한다. 일기도 매일 쓰기 어렵다는 건 우리 모두가 안다.
근데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창작해야 하는 작품을 하루에 하나라니. 근데 또 결과까지 좋다. 대단한 분이다.


들어가자마자 지쳤던 게 싹 가셨다. 작가의 재치와 번뜩임에 계속 웃음이 났다.
작품도 대단하지만 제목의 은유, 라임이 미쳤다.
사람 자체가 위트있고 흥미로운 분일거라는 확신이 들며 궁금해졌다.
이렇게 남을 웃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뭐든.















전시의 작품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아 도는 시간이 짧은데도 평점이 왜그렇게 높은지 이해가 됐다.
정말 만족스러웠다. 전시를 보고 얻는 점은 여러가지가 있다.
예쁜 전시를 가서 눈이 즐거워도 좋고, 이색적인 사진들을 보고 여행이 가고싶어지고 기분전환이 되는 것도 좋다.
그 중 정말 얻기 힘든 최상급의 이점이 있다면 그건 영감이라고 생각한다.
전시나 책 모두 마찬가지이다. 유명한 표현처럼, 뭘 보고 도끼로 머리를 찍는 것 같이 '나도 이런 삶을 살고싶다.'하고 삶의 판도로 삼을 조각을 줍는 기회.
그건 정말 작정을 하고 봐도 쉽게 얻을 수 없다.
이 전시가 그랬다. 작가의 타고난 위트와 시인 못지 않게 사물을 보는 시선에 담는 감정, 거기에 노력까지 더해지니 이렇게 꽃을 피우는구나 싶었다.
내가 앞으로 글을 쓰든, 시를 쓰든 이런 방향으로 가고 싶다. 궁상맞고 무겁지 않아 사람들을 웃게 하지만, 웃으면서도 마음은 따뜻한 그런 것들을 만들고 싶다.
위트가 위로가 되는 전시. 5점 만점에 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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