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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원정대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

by 일인분 2022. 1. 9.

요즘 '그해 우리는'을 보며 예술적 영감과 여름 분위기에 빠져있었다. 그러던 차 이번주는 유독 길고 회사에서 열받는 일이 많았기에 당장 전시를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금요일에 바로 예약을 하고 동선을 짰다.

서울은 연례행사로 갈까말까인데다 가도 남이 짠 동선을 따라다니기만 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모든걸 혼자 감행해보기로 했다. 난 지금 혼자이고 그것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으니까.

가장 보고싶었던 '요시고전'은 친구와 보기로하고, 다른 두 전시를 보기로 했다. 그 중 첫번째가 '우연히 웨스 앤더슨' 사진전이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색감을 좋아한다면 만족할 전시였다. 특이한건 감독의 사진전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찍은 사진들 중 '어쩌다' 웨스 앤더슨 풍으로 나온 것들을 인스타에 올려 그것들을 전시한 것이다. 이 점 때문에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듯 했으나, 눈이 즐거우면 그뿐 아닌가 싶었다. 물론 돈을 버는 방법도 다양하고 참신하다고도 생각했다.

10시 오픈이였는데 11시에 도착했고, 30분정도 웨이팅하니 들어갈 수 있었다. 주말인데 생각보다 금방 들어갔다.

탑승

커튼을 열고 입장하자마자 신비로운 음악이 나오며 정말 차원을 넘어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혼자 소풍에 온 기분이라 설렜다.
방마다 색 테마가 달라지는데, 파스텔톤 벽지와 솜사탕같은 달달한 향기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물론 사진마다 인생샷을 찍으려고 서있는 사람들 때문에 그 환상은 오래가지 않는다. 나도 친구와 왔으면 저랬겠지만, 혼자 와서 사진에 집중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 많이 쓰던 감성 다이어리 사진들이 많다.

청량한 여름날의 기차 여행같은 이 장치도 좋았다. 물론 이것도 사진 찍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주기 바빴지만.
영화 '나이브스 아웃'이 생각나는 별장
앤더슨처럼 찍기의 기본은 수평맞춰 찍기
보는 내내 궁금증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이 위치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 였다.
셜록홈즈 221B가 생각나는 집
핫초코 공장이였나.
너무 좋아하는 색감.
연출인줄 알았는데 다이아몬드 채취가 시들해진 후 폐가가 된 사막의 실제 집이었다.
열쇠모양으로 된 문이 있는지 이 전시가 아니면 몰랐겠지.
과학 서적 전문 도서관이었던것 같은데 책 관리는 어떻게 할까? 궁금해짐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던 마리 앙뜨와네뜨의 소극장. 아늑한데 화려하다.
기차와 햇빛, 나른해지는 풍경

자연과 인공구조물의 색 조화
저런 한적한 호텔 로비에 앉아있는 직원의 하루도 궁금하다.

가장 좋았던 색의 방 중 가장 좋았던 사진. '수심 깊어짐'

다 관람하는데 한시간 반 정도 걸렸다. 사람이 많아서 지친 것도 있지만 공복이여서도 힘들었다.
생각보다 방이 많았고 일반인들의 사진이라 그런지 작품 수도 많았다. 색 별로 방을 나눠 놓아서 커튼을 열고 다음 방으로 갈 때마다 마치 영화 씬이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어 설렌다.
일상에서 볼 수 없던 색과 빛을 여럿 접한 것도 좋았다. 전시회보다 사진 찍기 좋은 세트장 느낌도 든다. 그걸 노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영장 사진은 '카모메 식당'이 생각나기도, 침울하고 차분하게 침잠하는 느낌이 들기도, 비현실적으로 청량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기념품 사서 침실 앞에 붙여놓음.

빛과 색, 향과 음악, 여러 감각이 즐거운 전시였다. 여자들에게 인기많을 듯한 전시.
인생샷 인파때문에 별점은 5점 중 3점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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