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자주 가지 않던 카페에 들렀다. 원래 가던 카페가 있지만 거긴 꽤 멀고, 오늘은 동료들과의 커피타임 대신 낮잠을 선택해 시간이 없다.
문을 열자 다소 가벼운 종소리가 울린다.
이 카페의 주요 고객은 얼굴이 붉은 아저씨들과 가게 사장님의 친구인 아주머니들이다. 고전게임의 기본 npc들처럼 그들은 늘 그곳에 있다.
오늘도 역시 붉은 아저씨 무리와 사장님과 친구 두 테이블뿐이다.
사장님은 손님이 온 것이 놀라운 일이라도 되는 양 빤히 쳐다보다 황급히 마스크를 쓴다.
주문을 하니 내 얼굴을 찬찬히 살핀다.
"동사무소 직원인가?"
그렇다고 하자 커피를 300원 할인해준다.
"우리가 저기 커피숍보다 300원이 비싸요. 요즘엔 그래서들 안 오나? 예전엔 많이들 왔거든 거기 직원들. 새로 온 직원인가 봐?"
질문이 쏟아진다. 온 지 좀 됐다고 하자(1년도 넘었다.) 자주 안 오고 마스크도 쓰고 그래서라고 긴 말이 이어진다.
이래서 보통 난 뭐든 맞장구쳐주는 편인데.. 사실대로 말한 것이 후회스러워진다.
"다른 사람들한텐 할인해줬다고 말하지 마요!"
'그럼 직원들은 여기 절대 안 올 텐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번엔 내뱉지 않는다.
그동안 왜 굳이 먼 카페로 다녔는지 생각났다. 날 알아보고(제대로도 아니다.) 불필요한 대화를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내 직업을 아는 상대에게는 최소한의 친절 가면을 써야 한다. 손님이 아니라 공무원이 된다.
점심시간엔 그냥 커피 마시러 온 아무개이고 싶다.
300원을 할인해준다고 해도 이 카페는 다시 오고 싶진 않다.
1,300원 정도라면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지도..? 뭐든 감수해야 할 시련에 걸맞은 액수는 있기 마련이다.
적 는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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