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34 달 비가 그친 직후 먹구름 사이 비춘 달을 보며 생각을 한다. 유난히 크고 둥근 달을 발견하면 습관처럼 빌었던 내 소원의 변천사가 차례로 지나간다. 어릴땐 내일 시험 잘보게 해주세요. 그다음은 수능 대박나게 해주세요. 그후에도 늘 당장 앞에 닥친 과제에 대한 해결을 조르듯 빌었다. 직장을 갖고 돈을 벌게 된 이후에는 가족과 내 주변 사람의 건강을 바랬다. 늘 내 곁에 있게 해달라고. 오늘 처음으로 달에게 내 마음의 평온을 간직하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다. 소원보다는 다짐에 가까운 바람이였다. 이제서야 초점이 내 삶 자체에, 외면이 아닌 내면의 완성에 맞춰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달에게 비는 소원 하나로도 내 인생을 떠올릴 수 있다. 언젠가 달을 보고도 아무 소원도 빌지 않고 지켜만 .. 2019. 11. 13. 산책 강아지와 산책을 하다보면 그 무심함이 부러울 때가 있다. 밤이든 낮이든, 사람이 많든 적든, 어떤 사람이 서있든 앞에 놓인 풀 냄새 맡기에 전념을 다한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쉼없이 스캔하고 그들의 표정까지 알아채는 내겐 부러운 능력이다. 잠시 주변을 보는 안경은 벗어두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힘. 나이가 들수록 그 힘이 간절하다. 2019. 11. 13. 이전 1 ··· 42 43 44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