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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는생각

좋아하는 순간들

by 일인분 2022. 3. 26.
콜미바이유어네임을 그렇게 싫어하던 내가 유튜브에서 듣고 바로 사버림

이태리에 가고싶다. 가본적은 없지만 몰타섬에 가고싶다. 지루하고 따분하게 내리쬐는 햇살 밑에서 졸고싶다.

청량한 여름 낮, 바삭한 햇볕, 축축한 장마, 열기가 남아있는 미적지근한 여름밤.
여름엔 여름이 싫지만 나머지 계절엔 그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된다.

2만원이었는지 3만원이었는지 천 하나로 지중해 햇살로 위도 변경
주제곡보다 자주 듣는 Love My Way. 여름밤의 극치
먼지한톨 없이 청소한 시원한 바닥에 누워 음악듣는 순간은 인생 최고의 조각 중 하나
봄비가 오는 날은 진하게 커피를 내려서 쳇베이커

비올때만 누릴 수 있는 침침하고 축축하고 늘어지는 감성이 참 좋다.
평소에는 1분 이상 못듣는 우울한 음악을 몇시간이고 들을 수 있다.
날씨는 트루먼 쇼처럼 엄청난 장치이다. 우리 감정상태를 좌우하는 가장 큰 세팅값이다.

수험생 시절에도 비오는 날 만큼은 집에서 공부했다. 비가 오면 던킨도너츠에서 블루베리 베이글과 커피를 사와서 인강을 들으며 먹는 나만의 룰이 생겼다. 모든게 정당방위 같이 허용되는 하루였다.
창문을 열어놓고 축축한 수증기를 느끼며 진해진 커피 향을 맡았다. 그런 날은 갑자기 비가 내려 슬리퍼 속 양말이 젖어도 불쾌하지 않았다. 베이글과 커피를 사서 집에 갈 수 있다는 설렘이 더 컸다. 자습실에서 벗어나 혼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으니까.

내가 설정할 수 있는 모든 환경을 '가라앉음'에 맞추고 고의적으로 기분을 적시는 것도 행복이다.

'행복한' 상태를 다 저장해 두고 싶다. 조각처럼 모아서 필요할 때 포션처럼 꺼내서 쓰고싶다.
일단은 이렇게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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