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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는생각

바보들 속에서 살아남기

by 일인분 2021. 10. 7.

어제 야근까지 하며 잘 짜놓은 일이 바보들의 손을 거쳐서 엉망이 되었다. 팀장님에게 타박을 들었다. 바보들과 함께.
'타인이 지옥이듯 나도 타인에게 지옥일 수 있다'는 말을 책에서 본 이후로 명심하려고 한다. 하지만 도무지 적용이 안된다. 내가 어떻게 지옥일 수 있단 말인가. 바보는 그들인데!
물론 내 잘못도 있을 것이다. 명확하게 지시하지 않은 점. 다들 내 생각 같을 거라고 생각한 점. 그렇게 가지각색 엉망으로 일을 해낼 수 있는게 인간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네 오늘도 극대노~ 항복 후 출장을 걸어서 가기로 했다. 분노와 거리두기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걷자마자 기분은 회복됐다. 새로운 골목길, 호주 덕에 청명한 하늘에 쏟아지는 가을 햇볕이 여행길과 다를 바 없었다. 일하러 가는 길일뿐.
핸드폰 지도를 따라 걷는데 가다보니 시장을 통하는 길이었다. 평일 오후의 시장. 한산하고 나른했다. 나른한 공기 속에서도 각자 자기 일을 하고있었다.

한 아저씨는 노상에서 파는 과일 값을 바가지에 적고 있었고, 어떤 할머니는 집에서 무쳐온 장아찌를 한줌씩 나눠 담아 팔고 있었다. 생경한 남의 밥벌이를 보는 게 이렇게 기분 전환이 되다니. 그들에겐 권태로울 일이 내겐 신비하고 생기있어 보였다. 그 와중에도 내 밥벌이는 누군가에게 생기있어 보일 것 같진 않았지만.

다들 지겨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에겐 지긋지긋한 일이 나른하고 평화로워 보이기도 한다. 당연히 바보들도 살아내고 있다. 바보같아 보이는 김종민은 '하고싶은 일만 살고 어떻게 사냐고'말했다. 근래 들은 말 중 가장 현명한 말이다. 입맛에 맞게만 살 수 없는게 당연하다. 세상은 너무 다양하고, 변수가 많고, 하루하루가 분노 참기 챌린지니까. 통제할 수 있는건 내 정신 뿐이라는 걸 명심하자. 바보가 아닌 쪽이 정신차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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