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16.)
복싱 시작 후 가장 침울했던 날이 아닐까.
저번주 2회 음주에 이어 금+월 이틀 안나왔을 뿐인데 주말까지 겹쳐져 펀치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자꾸 까먹으니 미트훈련도 괴롭기만 했다.
관장님도 오랜만에 나오니 다 까먹고왔다고 타박했다.
괴로울땐 뭐다? 달리기다. 하고 천변을 달렸다.
역시 100프로 먹히는 방법. 기분이 나아졌다.
왜 4일밖에 안했다고 이렇게 막막하지? 억울할 때 들은 명언.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아내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청중이 안다. "
-마에스트로 레너드 번스타인
크으..
(3. 18.)
어제는 또 예전부터 정해진 약속으로 음주음주
하지만 하루 놓았다고 배가 바로 나오진 않는다. 남은 목금 달리면 된다!
기특하게도 다닌지 2달이 넘은 내게 선물을 했다.
복싱 반바지와 레깅스..!사실 복싱 오는 사람들 80프로는 이 패션이지만 나는 찐따처럼 다녔었다. 드디어 복싱프로 패션을 선보일 수 있다!
보수적인 나는 반바지도 굉장히 크고 무릎 위까지 오는 긴 것을 택했다. 생각보다 그렇게 프로같진 않았지만 만족스러웠다.
운동하는데 옷이 단지 기분탓이 아니라는걸 알았다. 몸을 잡아주니까 줄넘기부터 쫙쫙 달라붙더니 오늘 하루 복싱 자세도 너무 좋았다. 마법의 레깅스.
기쁠 땐 뭐다? 달리기다.
내친김에 1.5키로씩 왕복으로 3키로를 달렸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정말 옷이 날개다.
(3. 19.)
집에서 쉬고싶었지만 나태함에 대한 반성으로 출석했다.
(원투훅 위빙 양훅 백 원투)를 배웠다.
점점 기술이 길어지며 외우기가 힘들다.
관장님이 또 스팸을 끼고 3분동안 쫓아오면서 때리라고 했다.
때리기를 하면 그동안 배운 기술이 하나도 생각나지않고 머리가 하얘진다. 또 찐따같이 잽원투만 날린다.
관장님께 슬픔을 토로했더니, 라떼는 원투만 2년을 연습했다고 하며 몸에 익기까지는 엄청 오래 익혀야 한다고 했다.
주먹은 찐따같은데 마음이 급해서인지 멍이 들었다. 복서의 주먹같아 내심 기분은 좋았다.
이날은 식욕이 갑자기 터져서 러닝 후 양장피에 껍데기를 사와서 파티를 했다.
무알콜 맥주는 맛이 없었다. 고구마 맛이 난다.
+ 남자친구가 오큘러스 VR게임기를 샀다.
복싱 게임을 받아서 했는데 관장님 훈련보다 훨씬 힘들다. 인성도 많이 망가진다. 시종일관 욕을 하며 무너진 자세로 막펀치를 날렸다. 왜사냐고 반대했었는데 괜찮은 게임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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