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2.)
계속 고비여서 할때마다 긴장됐던 10단 연속펀치를 드디어 뚫었다. 관장님도 방금 펀치 좋았다고 칭찬을 해줬다. 엄청난 뿌듯함..!
오리발 미트가 아닌 햄버거같이 생긴 두꺼운 미트도 처음 쳐봤다. 두꺼워서인지 치고 튕겨져 나가는 마임을 했다. 미트 치는 게 제일 재밌다.
근데 연속펀치 때문인지 무릎 통증이 시작됐다. 유튜브에 쳐보니 초보자들의 흔한 증상이라고 한다. 치는 것에만 집중하니 왼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려서 그런가 보다.
오늘은 새 부서 인계인수를 받느라 기진맥진해서 안갈까 고민을 했지만 10단 펀치를 잊어버릴 것 같아서 그냥 갔다. 신기한게 일할 땐 피곤해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데도, 일단 눈 딱감고 운동을 갔다오면 활력이 넘친다. 뭐든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래서 무기력하고 피곤할수록 운동을 해야한다.
*다음날은 무릎 통증이 심해져서 패스!
(2. 3.)
무릎이 여전히 아프지만 그냥 갔다. 줄넘기할 때 한발씩 하는 달리기 동작만 피하는 중이다.
줄넘기는 3분씩 3세트를 하는데 그동안은 30초 정도하면 힘들어서 잠깐 쉬곤했다. 근데 오늘은 3분 동안 발도 안걸리고, 어느 순간 힘듦을 넘어서 발에 감각이 안느껴지고 소리도 멍해지더니 줄이 자동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이게 러너스 하이같은 줄넘기 하이인가? 저산소 현상일 수도 있다. 어쨌든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는데 굉장히 상쾌했다.
연속펀치를 뚫었기 때문에 다음 동작인 쓱빡을 배웠다. 쓱빡은 밑으로 그대로 앉아서 피했다가 올라가면서 빡 때리는 동작이다. 피하는 동작은 처음이라 뭔가 프로페셔널했다.
배우자마자 관장님이 링 위로 올라오라고 했다. 아직 3주차인데 벌써! 너무 떨리고 민망해서 계속 "제가요? 지금요?"라고 되물었다. 관장님은 강경했다.
지금 끼는 납작한 글러브가 아닌 뚱뚱하고 무거운 글러브를 꼈다. 스팸같이 생긴 네모난 판을 몸에 걸더니 3분동안 쉼없이 치라고 했다. 링 위에 서있는 것도 어색하고 연속으로 미친듯이 치는 것도 민망해서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럴 때마다 관장님이 쉬지말고 치라고 독촉했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힘들지만 쉼없이 치고나면 쾌감이 든다. 복싱의 매력은 상쾌함인 것 같다.
뿌듯한 마음에 취해 그새 체력이 많이 늘지 않았냐고 물어봤지만 관장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쨌든 단백질 보충제도 열심히 먹고있어서 내 눈에만 보이는 작은 변화들에 취해있는 중이다.
(2. 4.)
오늘은 기존 관장님이 아닌 총 관장님이 방문하는 날이라고 해서 고민하다가 가봤다. 가자마자 사람이 몇 없어서 후회했다. 아직도 체육관에 사람이 별로 없으면 조금 뻘쭘하다.
원래 관장님은 젊어서 그런지 시간에 맞춰 체계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호루라기도 적재적소에 사용했다. 반면 총 관장님은 굉장히 프리해서 줄넘기만 혼자 20분을 했다. 하지만 1대1로 봐줄 때는 쉬지 않고 엄청나게 몰아쳤다. 미트를 치는데 계속 잘한다고 칭찬을 해줘서 신이 나서 더 쳤다.
체력훈련 시간에도 아가씨가 두 달밖에 안됐는데 잘한다고 하길래 숨이 차는 와중에도 2주 됐다고 정정했다. 체력훈련은 역대 강도로 힘들었다. 여자라고 무게에 차등을 두지 않고 똑같이 들게했다. 편견없는 분이셨다. 하지만 역시 힘들수록 운동 후 쾌감은 배가 된다.
이제 집에와서도 아령(0.5kg지만 아령)을 들고 배운 동작을 복습하고 케틀벨 스윙도 몇 세트 추가한다. 씻고 폼롤러 스트레칭까지 하면 하루가 금방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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