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1. 19.)
일단 체육관이라는 공간 자체가 굉장히 어색하다.
특히 운동을 시작하기 전 각자 몸을 푸는 시간은 너무나 뻘쭘하다. 복싱의 특성상 몇년씩 다닌 고수들이 많고 그들은 주변시선에 개의치 않고 쉐도우 복싱이나 푸쉬업을 해댄다. 그 속에서 운동이라곤 요가나 필라테스만 해본 나는 서있기만 해도 괜히 얼굴이 붉어졌다.
처음엔 손목 붕대 차는 것도 시간이 오래걸린다. 거울에 친절하게 붙여놓은 붕대매는법이 무색하게 따라해도 모르겠어서 결국엔 관장님을 불렀다. 정수기에서 물먹는 행동 조차 어색하다.
하지만 첫 수업은 뻘쭘함을 까맣게 잊을 정도로 재밌었다.
처음엔 바닥에 그려진 발바닥 그림 위에서만 뛰는 것도 어려웠다. 관장님이 뒤에서 받쳐주는 발을 자꾸 밟았다. 계속 제 발 계속 밟고 계시는거 아냐고 해서 그때 알았다.
첫날은 스텝 뛰는 법과 잽을 배운다. 요즘엔 진도가 느리면 사람들이 안나온다고 빠르게 나간다고 한다. 줄넘기도 3분씩 3세트만 하고 바로 시작한다. 가드 자세도 처음 잡아보는 내게 첫날부터 복싱 스텝을 뛰며 잽날리는 법까지 가르쳐주다니!
시간이 10분정도 지난 것 같은데 1시간이 훅 지나있었다.
끝난줄 알았는데 체력 훈련이 있다고 했다. 처음보는 밧줄과 박스, 케틀벨이 등장하더니 화,목은 크로스핏 훈련이라고 했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운동 강도에 토할 뻔 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땀으로 흠뻑 젖은 느낌이 좋았다.
관장님이 첫날은 아마 알이 배길거라고 무리하지 말라고 했고 내 열정은 과했다. 그 말을 들었어야 했다.
운동을 하고 온 순간부터 안아파본 온몸의 곳곳이 아프기 시작했다. 견갑골 근육같은건 태어나 써본 적이 없으니 쑤시는게 당연했다.
구석에 쳐박아 놓았던 폼롤러와 매트를 꺼내와 스트레칭을 하고 그대로 뻗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진맥진함이었다.
2일차(1.20.)
종아리가 굉장히 아팠지만 이럴때 가야할 것 같았다. 안그러면 영영 못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일 연속 등장하자 관장님도 내심 놀란 것 같았다.
여전히 줄넘기는 어색하고 힘들다. 발도 자꾸 걸리고 폼도 속도도 어설프다.
이날은 원투를 배웠다. 발과 허리를 동시에 비트는 동작이 몸에 익숙지 않았다. 2일차인데 벌써 샌드백을 칠 수 있게 해줬다. 샌드백은 생각보다 단단해 치는 쾌감보다도 힘든게 더 컸다. 하지만 훨씬 재밌다. 힘도 두세 배는 더 드는 것 같다. 땀을 많이 흘렸다.
오늘의 체력훈련은 타바타.
버피테스트, 스쿼트 등이 골고루 버무려진 이 운동은 복싱 1시간을 10분으로 응축시켜놓은 것처럼 힘들다.
관장님은 계속 나보고 쉬라고 했고 오늘은 말을 잘 들었다.
2일차 운동이 끝나자마자 진정한 고통이 시작되었다. 걷기도 힘들고 폼롤러를 대자마자 고문처럼 소리가 터져나왔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잠에 들었다.
+ 복싱장은 사방이 거울인데 거기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말라서 보잘 것 없었다. 돌아오는 길 남자친구에게 단백질 보충제를 받아왔다. 이 기회에 쾌걸근육맨으로 다시 태어 나고 싶다.
*다음날은 지옥의 고통으로 못감.
3일차(1.22.)
컨디션은 난조였지만 용케 나갔고 생각보다 적응이 된 것 같다. 이제 더이상 3분에 맞춰 울리는 종소리에 놀라지 않는다. 원투원투 연속동작까지 배웠다. 다리가 꼬이고 장난이 아니다. 날렵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따라주지 않는 다리가 야속하다. 새삼 김민경이 얼마나 대단한 운동능력을 가졌는지 놀랍다. 첫 주에 3일이나 나갔으니 성공적인 스타트라고 할 수 있다.
쾌걸근육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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