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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는생각

애증

by 일인분 2020. 8. 2.

좋아하는 마음이나 증오하는 마음은 있는 힘껏 노력한 다음 금방 헤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애증의 감정은 설탕물처럼 끈적하게 들러붙어서 도무지 떼어내지질 않는다.

한쪽 노선만을 타고 싶어서 미워하려고 하면 동정심이 가로막고, 좋아하기만 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애증의 감정이 안 생겼을 테니 이 또한 불가능하다.
이 동정심이란 참 고약한 감정이다. 내게 행해진 행동은 분명히 미워해야 마땅한데 그 사람이 그 행동을 하기까지의 배경과 동기까지 생각해내고 결국 그에겐 아무도 없다는 결론이 방패가 되어 가로막는다. 이 방패는 도대체 누가 친 것일까?

좋아하는 것도 미워하는 것도 에너지가 들지만 애증은 그 배 이상이다. 애증은 미움의 화살이 내게로 돌아온다. 그 불쌍한 사람을 내가 사지로 모는 건 아닐까? 하는 자책감에 몸과 정신은 피폐해진다. 그리고 이 지겨운 굴레에 빠진 내 운명은 왜 이 모양일까 탓하게 된다.

이 감정을 인간이 당해낼 방법은 눈에서 멀리하는 것뿐이다. 떨어져있다 가끔 봤을 때 감정의 동요는 어쩔 수 없지만 그렇게 빈도를 낮춰가며 감정의 농도를 옅게 하는 수밖에 없다. 애증도 여러 감정 중 하나니까, 모르고 사는 것 보단 알지만 잊고 사는 게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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