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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는생각

그놈의 막내_(커피는 네가 좀 타라)

by 일인분 2023. 3. 8.

MZ라면 정말 지긋지긋하다. 그런 내가 맡은 업무는 MZ협의체 담당이다. 인생은 아이러니하고 끌어당김의 연속이다.
더군다나 이 업무를 맡게 되면서 신입 MZ가 내 후임자가 됐다. 말그대로 MZ에게 둘러쌓인 나날이다.

꼰대처럼 굴지 않으려고 모든게 내탓이라고 생각하며 도를 닦아온지 두달이 다되가는데, 이 후임자는 정말 도가 지나치다.
오전에 해둬야할 업무가 많은 특성상 30분만 일찍 나오라고 한 요구도 묵살, 그 외의 모든 잔바리 업무들은 다 자기 선에서 생략, 일이 밀리고 사고를 쳐도 야근은 안한다.
책임은 피하고 권리만 좇는다.

한달간 내가 대신 알아서 해주다가 영영 내 일이 될까봐 그만뒀다. 내가 유치원 나미리 선생님도 아니지 않는가.

신경을 끄려고 해도 팀장님은 자주 나를 불러 얘기한다.
"네가 힘들겠지만 막내 좀 챙겨라."
'여긴 학교가 아니라 회사인데요?'
적선사업도 봉사활동도 아닌 회사인데 그렇게 어리지도 않은 막내를 막내라는 이유로 비효율적인 뒤치다꺼리를 해줘야 하는가?

시러엌!!!!!!!!!!

물론 할 수도 있다. 이상적인 사회란 그런 것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따스한 인간 사회의 클리쉐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싶다면, 챙김받는 자가 고마워라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 신입은 내키지 않는 일엔 미간을 찌푸리며 웃고 만다. 정말 그냥 웃고, 만다. 그럼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한다.
그건 바로 팀장급도 요즘애들도 아닌 나다.
그렇게 손님이 오면 차를 내오는 것도, 회식 때 상사 테이블에 앉는 것도 내가 했었다.

그 때마다 당연히 앉아 있는게 괘씸해서 차를 내오는 것만큼은 이제 넘겨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차마 혼자하라고는 못하겠어서, 오늘 손님들이 왔을 때 차를 타는 것까진 도와줬다.(이때마저도 햇빛맞은 좀비처럼 느릿느릿 온다.)

그리고 손님들에게 차를 가져다주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또 그놈의 눈 찡긋을 하며 웃고마는 것이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 그냥 내가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후회했다. 거기서 물러서지 말았어야 했는데.

선을 넘었을 때 그게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건 너무 어렵다. 상대가 윗사람일때만 어려운 줄 알았더니 아랫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영화와 책에선 분명히 서로 친절해야 세상이 의미있다고 했는데, 현실은 항상 그걸 비웃는다.

인간들과 사는게 녹록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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