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있는 삶1 품위 있는 삶(어제의 일들, 지옥의 형태)- 정소현 유년기의 충동적인 자살시도로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되어 가족들에게조차 버림받은 신세가 되면 어떨까? 마치 내 동창의 소식을 들은 것처럼 동정심이 차오른다. 누가 봐도 불행해야 하는 상황인 주인공 ‘상현’은 의외로 전혀 불행해하지 않는다. 쓰레기장 같이 비좁은 주차관리실에서 지내면서, 오랜만에 찾아와 속을 긁는 동창들에게도 별 감흥을 느끼지 않고 보내버린다. 심지어 ‘인생이란 것이 누군가에 의해 그렇게 쉽게 망쳐지도록 생겨먹지 않았다.’라는 그 태도에 읽는 내내 불쌍하게 여겨왔던 상현에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아마 여고 동창들은 이런 담담하고 의연한 태도 때문에 상현을 따돌렸겠지. 그녀가 불행하지 않은 데엔 아마 ‘망각’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사고로 인해 그녀는 과거 기억도 거의 잃었으며 몇 번.. 2020. 6.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