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치2 칭찬의 가스라이팅 가스라이팅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말이 되었다. 일상 농담에서도 툭하면 나오는 정도다. 보통 상대를 자신의 지배 하에 두려고 하는 상황을 말한다. 오늘은 좀 다른 가스라이팅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한다. 칭찬의 가스라이팅이다. 칭찬은 사람을 약하게 만든다. 경계심을 풀어 취하게 만들고 무방비로 만든다. 누군가가 자신의 험담을 했다면 그들에게 적개심을 품을지언정 의심으로 무장한 채 예리하고 강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칭찬은 그런 각오를 이내 무력하게 만든다. 나는 칭찬에 약하다. 내 좌우명은 '일희일비하지 말자.'인데 이것에서도 알 수 있듯, 난 타인에게 쉽게 영향받는다. 누군가 날 칭찬하면 앞에선 의연한 척 하지만 혼자가 되면 그 칭찬을 여러 번 곱씹는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 칭찬들은 대부분이 자신들.. 2023. 3. 25. 고해성사 샤워 내게 샤워는 개운하면서도 괴로운 시간이다. 그날의 후회할만 한 언행들, 창피한 기억들이 이때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불을 찬다고 하는데 내겐 샤워하는 시간이 그렇다. 마치 끝나지 않는 고해성사 같다. 문제는 고해성사는 시원하기라도 하지, 이건 떠올린다고 전혀 해결될 일도 아니고 마음이 정리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견디기 힘든 상황마다 서랍속에 아무렇게나 쳐박아 둔 감정들이 하나씩 무작위로 튀어나온다. 같은 장면, 같은 생각이 몇 번이고 반복된다. 그 때마다 주의를 환기시키려 악 하고 소리내보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 그 기억에 무던해져도, 삶에 창피하고 괴로운 소재는 얼마든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이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복싱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런 생각이 1분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괴로운 .. 2021. 4. 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