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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는생각

첫 차 사고 발발

by 일인분 2021. 6. 2.

차를 긁었다. 내 차만 긁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차 사고란 두대의 차나 다치는 걸까. 거리에 차가 이렇게 많이 다니는데 다들 어떻게 피해 다니는 걸까?
갑자기 주차장이 돈다발로 보인다. 3천 5천 6천짜리가 굴러 다닌다. 나는 이제 이 돈뭉치 사이를 어떻게 지나다녀야 하는걸까?

위로가 필요했다. 긁고난 직후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보험 처리를 하고 돌아오는 순간부터 서러워지기 시작했다.
예기치 못하게 벌어진 사건은 일상을 탈피해도 좋다는 면죄부를 준다.

술이 먹고싶었다. 평소의 나라면 죄책감으로 피할 행동들을 이때다 싶어 하나씩 저질렀다. 맥주를 마시고, 냉동실에 넣어두기만 하던 레토르트 닭발을 데워먹었다. 그럼에도 서러워 울기도 했다. 운동을 가지 않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월요일에 운동을 가지 않은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물론 그와중에도 내일 눈이 부을걸 생각해 엉엉 울진 않았고, 편의점에서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들었다가 죄책감에 내려놨다. 나의 일탈은 현실을 벗어나는 범주에선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곤 위로를 기다렸다. 아무에게나 받고싶은건 아니었다. 위로받고싶은 사람에게만 연락을 했다. 이것 역시 위로가 필요하다기보다는 갑자기 일어난 이벤트를 핑계삼은 관심이 받고싶은 것이었다.

사는게 생각보다 무료했던 걸까? 간혹 닥치는 작은 시련에도 나는 어린애가 된다.
하지만 일상을 너무 사랑하는 나에게 그 어리광은 오래 가지 않는다. 관종의 시기가 오면 정도가 극에 달하지 않게 잘 달래서 보내면 된다.
이번에도 자고나니 일상의 기분으로 돌아와 있었고, 차도 보험처리가 됐다.

카트라이더에서 물파리를 맞으면 몇 초 동안 갇혀있듯(초조하고 열받지만) 언젠간 벗어나 원상복구만 된다면 세상에 그닥 큰 문제거리는 없는 듯하다. 대부분의 문제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작고, 금방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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