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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3

연차 행복하게 보내기 또 회사생활에 위기가 왔다. 회사사람들도 보기 싫어지고 대화할 기력도 없고 앉아있으면 저절로 한숨만 나오는 시기. 이 권태기는 꽤나 자주 오는데, 일이 별로 안바쁠 때 찾아온다. 아마 내가 지금 하는 일에 매력을 전혀 못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바쁠 때는 시간도 금방 가고 어찌어찌 버텨지는데, 일이 없으면 '내가 왜 이런 재미도 의미도 없는 직장에 11시간 넘는 시간을 뺏기고 있어야 하나' 회의감이 심하게 든다. 동기나 동료들에게 말하면 '누군 안그런줄 아냐, 나도 힘들다. 하지만 배부른 소리다. 나가면 이런 직업 있는줄 아느냐. 제일 편한 직업이다.'라고 일갈하고, 듣던 동료들은 다 "맞아맞아. 그건그래!"하고 수긍하면 대화가 종료된다. 그럴수록 더 부아가 치민다. 쉬운 일이니까 그냥 붙어있으라고? 얼마.. 2023. 4. 26.
4월 푸릇푸릇한 봄의 기록 봄 중의 봄은 쌀쌀한 봄이다. 추운 날은 미세먼지가 없기 마련이니까. 쌀쌀하지만 햇빛은 따뜻한 시간대 하는 산책은 정말 행복하다.봄엔 입맛이 없어진다고도 하던데, 싱그러운 게 너무 맛있는 계절일 뿐이다.그 맛에 미치면 이렇게 된다.사람 없고 자연은 가장 아름다운 시간대 백수타임. 난 이것만 누려도 행복할 것 같다. 오전 근무만 하고 월급은 반도 안줘도 좋으니 그런 일자리 제공해줄 곳 어디 없을까?오랜만에 벚꽃 드라이빙할 겸 동생과 시골집에 다녀왔다. 동생이 전날 낚시하러 갈 때까지만 해도 안폈다던 벚꽃이 하루만에 만개. 우릴 위해 핀 건 아니겠지만 행복하고 럭키하다.시골살이가 한적하고 나른해 보이기만 하지만 한편으로 굉장히 시끄럽고 온갖 사생활 침해 다 당하는 삶이기도 하다. 난 싫다. 자연은 좋지만 인.. 2023. 4. 16.
고행복(성지술례) 일요일 아침 무르기 직전인 딸기와 바나나를 갈아 마신 후 창문을 몽땅 연다. 평일에 하기 싫었던 꼭 해야하지만 티 안나는 일들(규조토 발판 갈기, 겉에서 안보이는 각종 내부 청소 등)을 연달아 하고 내친김에 창틀 먼지 청소까지 해버린다. 과일 쥬스 한 잔에 비해 너무 많은 노동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커피 한잔을 내려 엉덩이를 붙인다. 매 주말 아침 눈뜨자마자 이순간을 즐겼는데, 한차례 노동을 하고 나니 이 순간의 행복은 3배쯤 더 진하게 느껴진다. '나를 부르는 숲'의 저자는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를 하며 축축한 산을 제대로 된 음식과 잘 곳 없이 몇키로 씩 걷는 고행을 하는데, 그 고행의 백미가 상실에 있다고 말한다. 자신을 철저히 일상생활의 편리함에서 격리시키는 것, 그래서 가공 처리된 치즈나 사탕.. 2020.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