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왕자1 중국식 룰렛 - 은희경 울타리 안에 갇혀버린 어른들의 얘기가 이어진다. 내 인생이지만 내가 주인공인 것 같지 않고, 나만 운이 없는 것 같아 생에 큰 애착을 못 느끼는 사람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만나고 살아내는 이야기이다. 은희경 작가의 글은 항상 담백하면서도 염세스러움이 묻어난다. 그래서 좋다. 상처입은 자들을 감싸줘야 한다는 식의 교훈도 없고, 천태만상 인간세상에 대한 환멸과 그럼에도 그 속에서 살아내야 하는 인간의 무던한 받아들임을 보여주는 방식이 유난스럽지 않다. 단편중 '장미의 왕자'에 나오는 우화가 각 소설을 하나로 꿰어준다. 울타리 안에서 장미를 품고 있을 때만 아름다운 모습인 왕자는 평생을 그 안에서만 갇혀 살아야한다. 장미가 밖으로 날아가버리는 순간 왕자는 추하고 빛바랜 모습이 돼버린다. 소설의 주인공.. 2021. 11.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