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침1 불안할 때가 가장 완전할 때이다. 직장이 생기고 나서 들어오는 월급이 차곡차곡 배에 쌓였다. 나는 동탁처럼 기름지게 됐지만 얼굴의 생기는 전보다 덜해졌다. 취준생 시절엔 몸이 둔해지는게 두려워 10층까지 계단으로 다니곤 했다. 가장 좋아하던 메뉴인 뼈해장국과 치즈돈까스는 정말 성실하게 공부한 날에만 사먹었다. 예민함의 대명사인 병들을 달고 살았지만 일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함은 날 예리한 날처럼 가다듬었다. 지금은 맥주도 언제든 마실 수 있고 온갖 운동기구에 영양제를 풀구비할 수 있는 여유로운 형편이지만 정신과 몸은 그때보다 더 피곤하다. 안정은 배도 부르게하지만 나태함에 서서히 몸이 젖게 만든다. 몸과 정신을 멍하고 안락하게 만드는 아편과도 같다. 현실은 맘에 안들지만 그렇다고 벗어나기 위한 힘든 노력은 하고 싶지 않은 상태가 가.. 2021. 1.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