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과거1 빛의 과거-은희경(섞임의 비극) ‘군대의 비극은 섞이는 것이다.’ 군대 뿐 아니라 우리주변에 섞임으로 인한 비극은 넘쳐난다. 소설의 배경과 비슷하게 나도 여고를 다녔지만 그땐 다양한 인간상이 하나도 거슬리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에 나온 후 그때보다 다양한 것 같지 않은데도 미묘하게 다른 사람들과 섞여 지내는 게 불편했다. 고등학교 땐 나를 비롯한 모두가 인격이 형성되기 전 단계였던 것이다. 다들 공통의 규율만 지키며 지내면 됐고 서로의 다름은 드러날 새가 없었다. 하지만 사회에 나왔을 땐 이미 각기 다른 모양으로 인격이 굳어졌고 그건 더 이상 숨겨지지 않았다. 모두가 다른 것이 명확한데도 섞이려고, 같아지려고 했다. 그것부터가 비극이니 상처와 불편함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남과 다른 것이 그대로 결격사유가 되는 단체 생활에서 내.. 2020. 1.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