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끄러움2

주는 건 싫고 받고는 싶다_부끄러운 생일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어린아이나 보이는 행동이다. 어른이라는 명패를 갖고 싶다면 하기 싫은 일도 감수해야하고 표정도 숨길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난 영유아나 다름없다. 부정적 감정, 대화하기 싫음이 여실히 표정으로 드러나는 걸 느끼면서도 제어가 안된다. 회사 사람들에게 그러는 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내게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면서 심판자라도 되는 양 주변 사람들에게 심통을 부리기 시작했다. 꼭 연예인병 걸린 사람같이 말이다. 이렇게 망가지게 된건 내가 꿈꾸는 인간 이상향의 기준에 주위 사람들이 걸맞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참 멋없고 처절한 도피다. 사실 이상향에 가장 부합하지 못한 건 나 자신이다. 내 주위엔 왜 닮고.. 2021. 10. 12.
부끄러움-아니 에르노 아니 에르노의 소설에는 단지 빈부격차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비극이 묘사된다. 사실을 풀어낸 소설이라서인지 그 묘사는 더 잔인하다. 그녀가 1952년으로 돌아가 소설을 쓴 이유는 그녀의 삶을 가르는 장막이 된 한 사건 때문이다. 아버지가 낫을 들고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던 일인데 실제로 죽이려고 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그 사건은 에르노의 삶을 흔들어 놓았고 이후로도 굉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후 그녀는 삶이 고통스럽다고 느낄 때마다 고통의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 이 사건과 비교했지만 이 이상의 끔찍한 일은 없었다. 그날이 끔찍하게 각인된 이유가 단지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기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충격 받아 울고 있는 딸에게 아버지는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했다고 우냐고 다그쳤으며, 모두 아.. 2020. 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