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행1 고행복(성지술례) 일요일 아침 무르기 직전인 딸기와 바나나를 갈아 마신 후 창문을 몽땅 연다. 평일에 하기 싫었던 꼭 해야하지만 티 안나는 일들(규조토 발판 갈기, 겉에서 안보이는 각종 내부 청소 등)을 연달아 하고 내친김에 창틀 먼지 청소까지 해버린다. 과일 쥬스 한 잔에 비해 너무 많은 노동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커피 한잔을 내려 엉덩이를 붙인다. 매 주말 아침 눈뜨자마자 이순간을 즐겼는데, 한차례 노동을 하고 나니 이 순간의 행복은 3배쯤 더 진하게 느껴진다. '나를 부르는 숲'의 저자는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를 하며 축축한 산을 제대로 된 음식과 잘 곳 없이 몇키로 씩 걷는 고행을 하는데, 그 고행의 백미가 상실에 있다고 말한다. 자신을 철저히 일상생활의 편리함에서 격리시키는 것, 그래서 가공 처리된 치즈나 사탕.. 2020. 4. 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