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느닷없이 집사가 되었다.
어쩌다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다. 정말 어쩌다 벌어진 일이다.
혼자 사는 데다가 청결과 적막이 1순위인 내 삶에 고양이는 염두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여느 때의 금요일처럼 퇴근 후 마트에 들렀다 오는 길 동네 공원에 한 가족이 모여있는 데 시선이 꽃혔다.
이때 지나쳤어야 했다.
가족들은 너무 작아서 뭘 쓰다듬고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있었다.
너무 귀엽다고 했더니 제 새끼인 양 만져보게 해줬다. 역시 만지지 말았어야 했다.
너무 작았고, 애교가 많았다. 이 부모는 돌연 내게 고양이를 데려가라고 했다. 부모가 없고, 이미 사람 손을 타버렸다는 것이다. 아이 둘의(여중생으로 보였다.) 성화에 데리고 왔지만, 자신들은 이미 고양이를 세마리나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진다구? 원래 집사의 삶은 계획이나 예고 없이 시작된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 갑자기였다. 곰곰이 생각해 볼 틈도 없이 난 떠넘겨진 새끼 고양이 두마리를 안고 집에 왔고, 전쟁같은 주말이 시작됐다.
고양이들은 아직 배변교육도 받기 전이였고, 앉은 채로 우리집 바닥에 싸지르기 시작했다. 잠시라도 내가 없으면 삐약삐약 울어댔으며, 발톱을 숨길 줄 몰라 내 다리를 찍고 올라탔다. 나는 이들이 아직 부모의 곁을 떠날 시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도대체 그 가족은 왜 갑자기 나타나서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새끼들을 인간에게 넘긴걸까. 공원을 다시 찾아가봐도 그 가족도, 어미 고양이도 보이지 않았다.
주말동안 난 어떤 활동도 하지 못했다. 커피 한 잔을 내려먹으려고 해도 컵으로 돌진했고, 독서를 시작하면 책 모퉁이를 물어댔다. 하지만 고양이가 가슴위에 올라와 골골대며 잠드는 순간 만큼은 처음 겪는 평화로운 감정이 들었다.
그렇게 짱구 엄마같은 이틀을 보내고 나니, 두 마리는 내게 무리라고 판단했고 새 보호자를 찾기로 했다.
가슴에서 잠들던 아이 말고 한 마리만 보내려고 했는데, 새 보호자는 두 마리를 다 원했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둘은 형제였으니 같이 보내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약간 아쉬웠지만 홀가분한 게 더 클거라고 믿었다.
'애초에 내 생활패턴에 애완동물은 무리였어.'
되뇌며 새 보호자에게 고양이들과 물품들을 전해줬다. 이틀밖에 안됐는데 뭘 그렇게 사댔는지 살림살이가 꽤 됐다.
분명 품에서 건네줄 때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차로 돌아와서부터 운전이 힘들 정도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정들지 않으려고 이름도 지어주지 않았다. 집에서 나는 가축 냄새가 싫었고, 바닥에 모래가 버석버석 밟히는 것도 싫었다.
근데 왜 이렇게 힘들단 말인가. 단 2일이었지만, 가슴 위에서 가볍지만 따뜻하게 숨쉬던 감촉이 계속해서 생각나 집에 와서도 많이 울었다.
그리고 일주일동안 내 생에 다시 고양이는 없다고 고개를 흔들었지만, 결국 한 마리를 입양하게 됐다.
정말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내 인생에 고양이가 등장하게 되다니. 이 뜻밖의 일이 또 어떤 연쇄작용을 일으킬지 모른다.
퇴사의 신호탄일수도 있다. 인생은 정말 새묘지마다.
루키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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