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는생각

강철부대를 보고(천태만상 인간세상)

일인분 2021. 4. 14. 23:17

요즘 '강철부대'라는 프로그램을 재밌게 보고있다. 난 소속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성격이라 우수한 집단에 속하면서 그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을 보면 막연한 경외심이 든다. 여러 특수부대가 나와서 자신들이 최고의 전사라고 자부하고 경쟁하는 걸 보고 있으면 군대도 안가봤지만 피가 끓어 오른다.

이 방송의 재미를 더하는건 특전사 707부대이다. 논란과 비난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그들로 인해 프로그램의 분위기가 쫄깃해 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처음 봤을 땐 나 역시 굉장히 열을 냈다. 그들은 관종에 가볍고 배려심도 없어 보였다. 내가 가장 참을 수 없어하는 부류였다.
화가나 그들의 유투브까지 찾아가 응당한 비난을 받고 있는지 확인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졸렬한 짓이다. 비난의 댓글을 만족하며 훑던 중 뒤통수를 치는 글을 만났다.

'보통의 젊은이들: 사전에 서로 얘기가 됐겠거니 하고 그저 방송으로 재밌게 즐김,
꼰대들: 혀를 끌끌 차며 예끼 이놈들 군대의 수치다 라고 거품을 뭄.'

대충 이런 느낌의 촌철살인이었다. 그보다 정확하게 나를 표현할 순 없었다. 방송을 그저 재미로 웃어 넘길만큼의 여유도 유희도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렇게 흘려보낸 일이 오늘 복싱장에서 다시 떠올랐다. 한 여성이 힘들다고 콧소리로 징징대는 걸 보며 이해가 안된다고 고개를 젓던 와중이었다. 나와 정반대인 성격의 사람들을 볼 때면 으레 그러곤 한다.
그런데 문득 707부대가 떠오르며 '단지 나와 성격이 안맞는다고 인상을 찌푸릴 일인가?' 싶었다. 모두를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나같은 사람만 있었다면 세상은 재미없어 멸망해버렸을 것이다. 방송처럼 내게 비호감이더라도 다양한 캐릭터들이 삶을 더 쫄깃하게 만들 수도 있다. (물론 그 사람들에겐 내가 트롤 역할일지도 모른다. 그건 정말 끔찍하다.)

별 성격을 만나도 그저 인생의 다채로움을 위한 방송 장치이거니 하고 넘어갈 여유를 가져보자 다짐한다. (오늘도 실패하긴 했지만 매일 다짐하면 된다.)
천태만상 인간세상을 살아가는 건 이렇게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