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독립한 지 2년이 지났다. 내 첫 보금자리인 이 집도 2주 후면 계약이 끝난다. 집을 내놓고서 언제 부동산의 방문이 있을지 몰라 매일 아침 지각 위기에도 집을 모델하우스처럼 정돈하고서야 출근했다. 그 덕분인지 내놓은 지 얼마 안 된 바로 어제 새로운 계약자가 나타났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흔적에도 불구하고 이 집을 마음에 들어 하는 새 주인이 생겼다고 하니 한 칸짜리 방이 새삼 기특하게 느껴졌다.
2년 전 들어올 때만 해도 독립만이 간절한 소원이었기 때문에 원룸이지만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에 벅차고 감사했다. 신축 건물에 홀로 첫 입주였기 때문에 베이크아웃, 커튼 봉 달기 등 내게 길들이는 과정을 거쳐 더 소중했다.
첫날밤, 처음 느껴보는 밤의 정적에 감동하다 못해 전율에 잠 못 이루던 것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 집은 내게 ‘소음에 지친 삶에 찾아온 고요한 평화’였다. 물론 사계절을 한 바퀴 지내고 나니 집이 너무 좁아 넌덜머리가 난 시기도 있었다. 그래서 이사를 결심하게 됐지만, 이 집에서 보낸 순간들은 다른 삶을 살다가도 문득 떠오를 것 같다.
즐겨보던 유투버가 작업실 2년 계약이 끝나 이사한다는 영상을 본 후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며 아련해졌다. 고등학교 때 듣던 음악을 10년만에 들은 느낌이었다. '영상으로 봐도 새삼스러운 2년의 시간이 나한테도 흘렀구나..'싶어 집에 대한 애틋함이 배로 커졌다.
물론 이 감정이 집에 남고 싶음은 절대 아니다. 이 집에 대한 미련이 아니라 여기서 보냈던 시간을 떠올리며 느끼게 될 그리움을 미리 생각하니 애틋한 것이다.
큰 창에 햇볕이 네모낳게 잘 들던 집이었다. 통풍은 잘 되지 않는지 화분은 곧잘 죽었지만 벌레도 없었고, (밖에서 들어온 바퀴벌레 1회 출연 이외) 딸기 담금주를 개봉하던 날 깨트리는 바람에 벽에 남은 희미한 얼룩까지 오래 기억에 남을 집이다.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