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분 2019. 11. 13. 20:53

비가 그친 직후 먹구름 사이 비춘 달을 보며 생각을 한다.

유난히 크고 둥근 달을 발견하면 습관처럼 빌었던 내 소원의 변천사가 차례로 지나간다.
어릴땐 내일 시험 잘보게 해주세요. 그다음은 수능 대박나게 해주세요.
그후에도 늘 당장 앞에 닥친 과제에 대한 해결을 조르듯 빌었다.
직장을 갖고 돈을 벌게 된 이후에는 가족과 내 주변 사람의 건강을 바랬다. 늘 내 곁에 있게 해달라고.
오늘 처음으로 달에게 내 마음의 평온을 간직하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다.
소원보다는 다짐에 가까운 바람이였다.
이제서야 초점이 내 삶 자체에, 외면이 아닌 내면의 완성에 맞춰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달에게 비는 소원 하나로도 내 인생을 떠올릴 수 있다.
언젠가 달을 보고도 아무 소원도 빌지 않고 지켜만 보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다.

내게 달에게 비는 짧은 시간은 달이 소원을 들어줄 가능성보단 내 관심, 현재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