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안가는 날(브런치와 등산)
숙직을 하고 9시에 퇴근했다. 연차도 좋지만 이렇게 아침에 들어가는 것도 매력이 있다.
어두운 표정으로 출근하는 사람들 틈새로 밝은 햇살을 향해 탈출!
열심히 일해라 다들~!(단 하루지만)
회사 안이 칙칙해서인지 햇빛이 유난히도 반짝거린다.


마트에 가려고 했으나 10시 오픈이라 허탕을 쳤다. 하지만 하나도 열받지 않는다. 모든게 아름답기 때문.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려고 멀리 돌아서 걸었다.


바스라지는 햇살. 향기로운 이팝나무 향기. 9시 이후의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걸음의 속도가 다르다. 느긋하다.
오는 길에 샌드위치를 샀다. 숙직한 다음날 루틴이다.

남자친구와 함께 느긋하고 행복하게 브런치를 즐긴다.

휴일은 1분 1초도 허투루 쓸 수 없다. 특히 남들 일할 때 쉬는 날은 더더욱. 6시 전까지 최대한 즐겨야하기에 낮잠같은 건 용인할 수 없다. 부지런히 설거지하고 외출한다.(씻는건 패스)


집에서 얼마되지 않는 거리에 이런 등산로가 있었다.
정말 살기좋은 동네라니깐.


스트레스 받으면 사람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한다. 그 어디론가는 사실 먼 곳이 아니라 비일상적인 곳이다. 일상을 벗어나기만 해도 활력이 충전된다.
굳이 차 밀려가며 멀리 나갈 필요가 없단 뜻이다. 가깝지만 못가본 곳에 파랑새가 있을 수 있다.
(섬휘파람새는 없다. 제주에서만 들어봤다.)

호떡을 먹고 슬슬 산책로를 올라가 본다. 아주머니 몇명이 쑥덕쑥덕 나긋나긋 얘기하며 걷고있다. 평화롭다. 30분 정도 걸었더니 길이 끝나길래, 지도를 보고 돌아가는 길을 한번 택해봤다. 3.5키로 정도길래 한시간이면 돌겠거니 했는데 오산이었다. 여긴 산이란걸 잊었다.
그렇게 호빗의 여정이 시작됐다.

청바지에 맨투맨입고 갔는데..어째 격한 운동하는 날은 늘 저 차림이었던것 같다. 내 땀을 받아준 녀석들..
날씨 가늠 못하고 잠바까지 입어서 아주 짐이 됐다.
자연은 너무 아름다웠으나 생각못한 오르막과 계단의 러쉬에(자존심상 계단은 무조건 두칸씩 가야한다.) 땀 좀 흘렸다.

자연은 역시 고생을 배로 돌려준다. 높은 산도 아닌데 장관이네요. 절경이고요.

올라가며 땀흘릴 땐 역시 등산만 한 운동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내려올 땐 무릎이 아프고 너무 지겨워서 '이래서 내가 등산을 안좋아했지..'생각했다.
역시 인간은 간사해.
하지만 하염없이 털레털레 내려오는 것 정말 지루하다.
인간을 너무 자주봤나? 전혀 안무서워하는 다람쥐.
다람쥐 한 5~6마리가 떼구르르 돌아다닌다.

굉장히 지쳐 귀가했는데 그제서야 6시였다. 브런치 먹고 등산하고 이렇게 알차게 즐겼는데 회사에선 이 시간동안 그저 갇혀서 일이라니..정말 단단히 잘못된 시스템이다. 근무시간 너무 길어!
막걸리는 빠졌지만 해물파전 신나게 먹고 마무리~
출근하는 것 보다 12배는 알찬 내 휴무는 이렇게 끝.